그나저나
감자, 애호박, 미더덕, 바지락 넣어도 좋고, 안 넣어도 그만인 것들이 식어도 맛있는 된장찌개를 만든다. 양파, 홍합, 오징어, 박하지가 짬뽕의 마음이 된다. 종달새 미경이, 토끼풀꽃 선미, 머루알 금삼이, 빨강 채송화 종숙이. 그나저나 밥은? 그나저나 애들은? 그나저나 시어머니는? 그나저나 저나 그나 어때? 해도 좋고, 안 해도 다 아는 말이 응달 바람벽이 된다. 오목눈이 옥란이, 방아깨비 현숙이, 카멜레온 문희, 알 둥우리 은주. 애기원추리, 병아리난초, 은방울꽃, 씀바귀. 없어도, 있는 듯 향기롭고 있어도, 자랑하지 않는 꽃들이 그나저나, 그렇지 뭐. 입술 실룩대는 토끼의 슬픔과 고삐 묶인 염소의 아픈 되새김질을 다소곳이 풀밭에 누인다.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이 사람들이 팔 할의 장꾼이 되어 윷도 놀고 풍물도 치고 맥주도 돌린다. 삶은 파장으로 갈수록 아름답다. 흥정도 없이 서로서로 떨이해 준다. 파랑새 옥자, 달팽이 아가씨 혜진이, 햇병아리 현주, 타래난초꽃 상현이. 다 같이 놀자! 골목 아씨 현자. 혜진아 나와라. 숨바꼭질 끝났다. 우리는 모두 수다 학교 동창생들이다. 눈보라 치는 북향집에도 수다가 동창을 밝힌다. 그나저나, 세상에는 와도 그만, 가도 그만인 늙은 사랑이 꼭 붙어서 골목길 가로등을 환하게 밝힌다. 그나저나, 그렇지 뭐. 미더덕처럼 올통볼통한 입술을 내민다. - 이정록, 「그나저나」* 호곡중 류현자 선생님의 사연을 읽고 쓴 시입니다.<개성 넘치는 여고 동창생들과 함께 늙고지고> 여고 3학년 친구들이 오랫동안 연락을 못 하며 살다가 우연히 카톡 단체 대화방에서 만나 자주 일상사도 나누고 또 봄가을로 한 번씩 여행을 가며 만난 지 4년이 되어갑니다. 쉰이 넘어가는 나이지만 우리는 카톡 단체 대화방에서는 아직도 까르르 웃고, 어떻게 해? 어떻게 해? 하며 서로 걱정해 주는 영락없는 여고생들! 그러던 중 작년 연말에 제가 대화방에 있는 동창생 열두 명의 특성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상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으나 한 명 한 명 머릿속에 그려보며 즐거웠네요. ‘3학년 4반 대화방 불 댕김상’ 미경이, ‘약한 것 같으나 실은 강한 이삔 여자상’ 금삼이, ‘눈물 나게 웃으며 잘 치고 잘 빠지는 인생 언니상’과 ‘감정 풍부 진심상’ 2관왕 선미, ‘발랑 까졌으나 귀여운 & 선한 사마리아인상’ 종숙이, ‘이리 봐도 미인, 저리 봐도 미인 최다 출석자 팔방미인상’ 옥란이, ‘예쁜 오지랖,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정길동상’ 현숙이, ‘깜짝 놀랐다 네 양파 본능상’ 문희, ‘강남 엄마 안 부럽다 강북 엄마상’ 은주,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내공 1,000점상’ 상현이, ‘꽃 복 터진 웰빙 라이프상’ 옥자, ‘깔깔 나비상’ 현주, ‘느림의 미학 신사임당상’에 빛나는 혜진, 그리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한 오지랖 하는 우윳빛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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