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깝게
가장 멀구나
우린
등을 맞대고 있기에
서로 반대쪽을 보고 있다고
모두 적은 아니지
등으로 전해지는
뜨거움과 꿈틀거림
너도 참 치열하게 사는구나
어쩜 우린
한편일지도 몰라
우리를 포위하고 있는 세상에 맞서
서로의 등 뒤를 막아 주고 있다고
- 이장근, 「어쩜 우린」
* 일산동고등학교 김미진 선생님께서 신청한 사연을 읽고 쓴 시입니다.
올해 1학년 중에 참 힘든 반이 있다. 수업 시간에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 교과 담당 교사가 핸드폰을 교탁 위에 두려고 하면 시계만 봤다 등등 이유를 대며 선생님들과 마찰을 일으킨다. 매시간 큰일을 보러 화장실을 가겠다고 해서 참으라고 하면 그런 것을 어떻게 참느냐며 대든다. 쉬는 시간에 몰래 학교를 나가서 사 온 컵밥을 수업 도중 먹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사방팔방 돌아다니기도 한다. 점심시간 식당 앞에서 새치기를 예사로 한다. 심지어 며칠 전 수업 시간 중 몇몇 녀석이 수업 시간 중 소주를 마시기도 했다. 규칙, 예의에 대해서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아하기도 하고 어쩌다 저리 못 배웠을까 짠하기도 하다.
어제 그 아이들과 함께 동아리를 해 보았다. 나는 교과 담당 교사로서 참관했고 동아리를 많이 해 본 선생님이 진행했다. 선생님은 사소한, 예사로운 일 하나도 넘기지 않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자리에 앉아줘서 고마워요.”, “카드를 나눠 주어서 고마워요.”, “의자를 세 개씩이나 나눠 주어서 고마워요.” 등등……. 한 시간 동안 선생님은 꽤 많은 칭찬을 던진다.
처음에 산만하던 아이들이 차츰 선생님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불안함에 감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아이들이 학급에 대한 느낌을 나누고 수업에 대한 느낌을 나누며 차츰 집중한다. 심지어 끝날 무렵 아이들에게 카드를 모으는 도움을 구하니 모든 학생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카드를 모은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모습을 보며 여러 마음이 들었다. 말하다 울어버리는 몇몇 아이들을 보며 ‘너희들이 참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담임 교사인 양 행동하는 아이를 보며 ‘저 녀석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쪽 눈이 실명 직전인 아이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기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학교에서 얼마나 될까.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시간은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들으라고 강요만 하던 게 문제는 아니었을까.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것인지,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만 하는 공간이 학교는 아닌데, 어떻게 해야 올바른 교육이 가능한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는 한 시간이었다.
197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2010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받으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 『꿘투』, 청소년시집 『악어에게 물린 날』 『나는 지금 꽃이다』 『파울볼은 없다』, 동시집 『바다는 왜 바다일까?』 『칠판 볶음밥』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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