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 한 잎
바이러스가
날린다
옮는다
퍼진다
머리에
눈에
마음에
손에 손에
카메라에
‘절세미인’ 꽃말을 가진
벚꽃 바이러스에 감염돼서는
벚꽃보다 내가 더 예쁘다고
우리가 꽃이라고 곳곳에 꽃무리
치유불가다
‘나’의 꽃말은 ‘행복한 아이’
‘우리들’ 꽃말은 ‘오늘을 영원히!’
내년 바이러스가 피는 그날까지
앓기를, 뜨거운 열꽃이 피기를
- 김미희, 「우리들 꽃말」
* 해운대여자고등학교 이영주 선생님께서 신청한 사연을 읽고 쓴 시입니다.
저희 학교는 꽃이 피는 봄이 되면 항상 벚꽃이 멋들어지게 피는 곳입니다. 짧은 등굣길이지만 교문에서부터 운동장까지 가파른 오르막 옆으로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 때즘 여고생의 감성을 가진 아이들이 항상 쉬는 시간에 뛰어나와 끼리끼리 사진을 찍습니다. 벚꽃을 주워다 책갈피를 만들기도 하고 머리에 꽂으며 행복해 하기도 교사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특정한 아이들 몇 명만이 아니라 전교생이 그러죠.
어느 해부턴가 담임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반이 생겨나면서 불문율처럼 꼭 사진을 함께 찍어야 합니다. 급기야 올해는 ‘꽃보다고운’이라고 정해서 아예 반별로 꽃을 테마로 사진을 찍고 전시도 하고 멋진 사진을 찍은 반은 피자를 쏘는 이벤트도 했어요. 1-2시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봄을 만끽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더군요. 힘든 고등학교 시절에 예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저자 김미희는 제주 본섬에서 다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우도에서 태어났다. 본섬으로 나가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다. 결혼해서 고래 도시 울산에서 10여 년을 살다가 지금은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달리기 시합〉이 당선되면서 글쟁이로 살고 있다. 푸른문학상 동시와 동화 부문에 각각 당선되었고, 《동시는 똑똑해》로 제6회 서덕출문학상을, 《하늘을 나는 고래》로 장생포고래창작동화 대상을 받았다. 울산동여자중학교 사서 교사를 지냈으며, 5년째 서울 봉원중학교 학부모독서회 ‘시나브로’를 이끌고 있다.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기도 하고, 가끔은 개똥철학을 한답시고 멍 때리며 지낸다. 동시집 《달님도 인터넷해요?》, 《네 잎 클로버 찾기》, 동화 《얼큰 쌤의 비밀저금통》, 《엄마 고발 카페》, 청소년시집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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